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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멸사회 / 심너울
    2020. 1. 7. 22:02

     

     

    오랜만에 한국 작가의 책을 읽게 되었다. SNS에서 자주 보던 책이라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20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로 주요 등장인물은 민수와 수영, 그리고 노랑 세 명이다. 중학교 동창인 그들은 각자 아주 다른 집안 환경을 가지고 있어 가치관부터 눈치(..)까지 차이가 나는 인물들이다. 민수와 수영이 다니는 학교로 전학을 온 노랑은 첫인상부터 심상치 않다. 아직도 교복을 입는 학교에서 왔다는 사실은 그가 제법 돈이 있는 집안의 자식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거기다 악의를 품고 눈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순진하다는 점에서 겉돌게 된다. 수영은 노랑에게 관심을 보이지만 민수는 노랑을 멀리하려 한다.

     

    노랑과 민수는 정반대에 있는 인물로 볼 수 있는데 비교적 부유한 집안 출신의 노랑은 민수와 생각하는 것 자체가 다르다. 모텔촌 너머의 작은 집에 사는 민수는 결코 노랑을 이해할 수 없다. 각자 다른 출발선에서 시작한 달리기가 같은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 것은 수영 덕분이다. 수영이 중간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잘 해준 덕분에 민수와 노랑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사용자의 심리상태까지 들여다보는 AI를 만들고자 스타트업에 뛰어들게 된다. 그 시대에는 누구나 보듬어주는 손길이 필요하다.

     

    제목인 소멸사회는 중의적 표현인 것 같다. 생산성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과 기타 산업들의 발달로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잃어가는 것,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마저 보장받을 수 없게 되어간다는 것. 지금 생각해보면 총체적 난국이 따로 없다. 내가 만약 지금처럼 무탈하게 살아간다면 책에서 그려지는 2050년대에도 여전히 살아있을 것이고 과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있다면 노랑이 봉사활동을 하러 간 요양원의 노인처럼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니 눈 앞이 아찔해진다.

     

    되고 싶던 기자라는 꿈을 이룬 수영마저도 기자다운 기자가 아닌 채로 살아간다. AI가 인간을 대체해버린 시대, 조만간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오고 말 거라는 그 시대가 책 속에 있었다. 작가의 말에서 조카가 휴대전화의 음성 비서를 아주 익숙하게 사용하는 것을 보고 신기했다고 적어놓았는데 심히 공감하는 바이다. 현재도 노인들의 키오스크 사용 문제 같은 것이 나타나고 있는데 내가 노인이 되었을 때라고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 리가 없다. 물론 나는 지금도 키오스크 사용이 익숙하지 않다. 더듬거리며 버튼을 찾아 누르고 몇 번이나 제대로 눌렀는지 확인한다. 그보다 더 발달한 문물이 나타난다면? 그래서 나도 직장을 잃게 된다면? 오싹한 이야기다.

     

    책이 얇고 작아서 읽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종종 보이는 오탈자와 정돈되지 않은 듯한 문체가 신경 쓰였다. 브릿G에서 읽은 단편들 때문에 많은 기대를 했던 것 같다. 그래도 앞으로 새로운 책이 나온다면 꼭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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