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사람의 아이들 / P. D. 제임스
    2019. 10. 15. 21:39

     

    P. D. 제임스가 쓴 유일한 SF소설이자 영화로도 만들어진 사람의 아이들을 읽었다. 보통 생각하는 그런 SF적인 이야기는 아니었고 그저 인류가 번식 능력을 잃어 아이가 태어나지 않게 되는 것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였다. 오메가와 알파 두 파트로 나누어져 있고 나는 알파 쪽이 더 읽는 데에 수월했다. 기대를 하고 읽기 시작해서인지 지루한 전개에 답답함을 느끼면서 참고 읽어나갔다.

     

    주인공 테오 페이런은 직업은 교수이지만 그다지 똑똑하지도 않고 인품이 좋은 사람 같지도 않았다. 물론 주인공이라고 해서 꼭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지만 아무튼 별로였다. 책의 초반부에서 중반부까지는 테오의 일기와 3인칭 작가 시점이 번갈아 서술되는데 난 솔직히 테오의 일기 부분이 너무나도 별로였고 재미도 없었다. 문단 나누기가 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읽다가 정신이 아득해질 때도 많았고(제임스 선생님의 의도였을까?) 구질구질한 테오의 과거사를 서술하는 데에 그렇게 많은 페이지를 할애했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끔씩 다른 인물이 답답하게 굴 때면 테오에게 이입을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체로는 아니었다.

     

    또 다른 주요 인물은 줄리언으로 혁명을 위해 나선 '다섯 마리 물고기'의 일원이다. 왜 물고기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는 팀의 리더인 롤프와 결혼한 상태이고 나머지 팀원들은 각자의 목표를 위해 뭉친 사람들이다. 줄리언은 우연을 가장해 테오와 접촉하고 그를 이용해 잉글랜드 총통인 잰에게 전언을 부탁한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바로 줄리언인데 지나치게 고지식한(다른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지만 이 표현도 틀린 것 같지 않다) 면이 있어서 답답하게 구는 장면이 많은데 이것 또한 페이지를 넘기기 힘들게 하는 한 가지 요소였다.

     

    기대가 많았던 책이라 그런지 초반에 실망을 좀 하고나서 며칠 간 손을 안 댔었다. 자격증 시험 준비도 해야 했고 여러 가지로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한 번 펼친 책은 다 읽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서 다시 시작했고 지금은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던져준 주제에 대해 나도 한 번 쯤은 깊게 생각해보고 싶어졌다. 더 이상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지 않는다면? 인류의 멸종이 성큼성큼 다가온다면?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난폭한 오메가(마지막에 태어난 사람들)들, 잔인한 콰이터스, 모든 것을 통제하는 독재자, 새로운 생명. 돌이켜 생각해보면 역사의 한 페이지를 본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나중에 언젠가 찾아올지 모르는 그런 일이지만 그 일이 생길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테오와 줄리언은 어떤 세상을 마주치게 될까?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세상 같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풍선인간 / 찬호께이  (0) 2020.01.06
    노인의 전쟁 / 존 스칼지  (0) 2019.10.28
    역향유괴 / 원샨  (0) 2019.09.27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 / P.D. 제임스  (0) 2019.09.25
    그림자로부터의 탈출 / 야누쉬 자이델  (0) 2019.09.17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