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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 / P.D. 제임스
    2019. 9. 25. 21:35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라는 자극적인 제목(나쁜 의미는 아니다)을 보고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다는 말도 여기저기서 많이 본 상태였기 때문에 조금 설레는 기분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 표지는 색깔부터 마음에 들었고 그림 또한 매력적이었다.

     

    이번 책은 어린 시절에 읽던 일본 작가들의 추리소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었다. 일본 특유의 감성과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었고 많이 읽어왔기에 영국 출신 작가의 소설은 새로운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주인공 코델리아 그레이는 풋내기 탐정으로 별 볼 일 없는 사설탐정 버니 프라이드와 함께 탐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버니는 첫 장에서 생을 마감하며 코델리아에게 권총 한 자루를 남긴다. 주변에서는 코델리아에게 여자 혼자 탐정사무소를 운영하는 것은 힘든 일이라며 그를 만류하지만 코델리아는 홀로 서기에 도전한다. 그리고 그가 맡은 첫번째 사건은 부유한 과학자 로널드 칼렌더가 자신의 아들 마크 칼렌더가 자살한 이유를 알고 싶다며 의뢰한 것이었다. 코델리아는 자신의 자동차 미니를 타고 케임브리지로 향한다.

     

    초장부터 엄청난 묘사의 폭격을 맞으면서 나는 사실 조금 읽기가 버거웠다. 케임브리지, 트리니티 도서관, 킹스 칼리지 예배당.... 등등의 풍경에 대한 묘사가 자세하고도 섬세하게 나와있었는데 내가 영국에 가보지 않은 것이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작가의 말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서로 다른 두 지명을 섞어 새로운 지명을 만드는 것은 두 곳 모두에게 실례가 되는 일이기도 하며 아무도 그곳이 정확하게 어디인지 모르게 된다면서 지명만은 실제 지명을 사용한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모두가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는 장소를 배경으로 해서 이야기를 더 생생하게 만들고자 하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 아닐까 싶었다.

     

    아무튼 코델리아는 주인공답게 위기의 순간들을 잘 넘겨가며 수사를 진행한다. 마크의 주변 인물들은 하나 같이 의심스러운 면모를 가지고 있었고 코델리아는 마크의 자살에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현장의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코델리아의 눈에 포착되지만 그것들이 증거가 될 수는 없었다. 점점 맞춰지는 퍼즐들, 하나 둘씩 밝혀져 가는 사건의 진실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찝찝함과 연민과 슬픔을 동시에 느꼈다. 불쌍한 마크....

     

    그리고 결말은 내가 예상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그게 더 좋았던 것 같다. 왜냐하면 소설 속에서마저 억지로 선한 길로 가는 것만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안에서는 현실에서처럼 용서가 최고의 복수라는 허황된 말과 상관 없이 행동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코델리아는 무사히 사건을 해결했고 앞으로도 쭉 탐정사무소를 운영할 것이다.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 / P.D. 제임스 / 아작 /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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