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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자로부터의 탈출 / 야누쉬 자이델
    2019. 9. 17. 19:12

     

    나는 사실 책을 선택할 때 표지에 큰 의미를 두는 편은 아니다. 아니, 의미라기보다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책을 다 읽고나서야 표지에 있는 사람의 오른쪽(내 기준) 위에 달걀 모양의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읽기 전에 달걀 모양의 뭔가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해도 그게 무엇인지 짐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나름대로는 제법 많은 책을 읽어왔다고 생각하는데(어디 자랑할만큼은 아니다) 폴란드 작가의 책은 처음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하거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국가는 아니기에 조금 더 흥미를 끌었던 것 같다. 그리고 폴란드의 역사에 대해서 알게 된 것도 처음이었다. 작품 해설에 보면 이 작품은 1978년 공산 폴란드(현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집필되었고 집필 후 5년이 지나 출간되었다고 쓰여있다. 시대적인 배경을 잘 녹여낸 소설인 것이다.

     

    총 6부로 구성된 내용 중 1부를 읽으면서 친절한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반에는 다소 난해한 내용의 연속이어서 확 흥미를 끌어 당기지는 못했다. 나는 읽기 쉬운 책을 선호하는 취향이라 어려웠지만 조금만 참아보면 그 다음부터는 술술 잘 읽힌다. 여전히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기는 쉽지 않지만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따라가는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책의 배경은 이렇다.

    지구를 침공하려 한 엘고마이인들로부터 지구를 지켜준 프록스인들은 지구를 보호해준다는 명목 하에 지구인들에게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기를 요구한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구역을 나누고 그 안에서 살아가며 그들에게 적대적인 행위를 일체 금지하고 우주와 천문학에 대한 연구도 금지하지만 그들의 보호 아래에서 지구인들은 순응하며 살아가고 그렇게 몇 십년이 흐르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면 으레 그러하듯이 당연히 이 지구에도 그들을 의심하고 비밀리에 연구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프록스인들에게 대항할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이야기는 점점 고조되어 간다. 그중에는 협력하는 모습도 있고 가슴 아픈 희생도 있다. 어른은 물론이고 아이들도 프록스인들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동참한다. 아주 은밀하고 조심스럽게.

     

    내가 이 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부분 중 하나는 프록스인들이 지구의 농축산물을 좋아하며 특히 꿀을 아주 좋아한다는 점이었다. 거기다 그들은 어떤 식물을 이용해 일종의 마약(?)을 하며 그것에 취해 헤롱거리는 것도 즐긴다. 내가 생각하는 외계 생명체들과는 다른 관점의 묘사여서 재미있었던 부분이었다. 한편으로는 그들이 지구에서 착취해가는 것들, 즉 먹고 마시고 즐길 수 있는(마약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것들에 대해 너무 당연하게 여기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중한 지구....

     

     

    아쉬운 점을 말해보자면 일단 제1부에 나오는 내용이 뒤에 설명으로 돌아오지 않아서 책을 다 읽은 후에 다시 읽으며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지금도 완벽하게 이해한 것 같지는 않다. 그냥 대충 이런 내용이겠거니 했다.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몇 페이지에 걸쳐 길게 나온다는 점도 아쉬웠다. 누가 말하고 있는 것인지 까먹는 경우도 있었고 혼자 심취해서 주절거리는 느낌이 날 때도 있었다. 그래도 대체로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느낌이었다.

     

     

    이 책의 결말이 내가 예상한 결말은 아니었지만

    이미 알고 있는 결말이었다.

    책을 읽을 때는 몰랐지만 이 글을 쓰면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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