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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향유괴 / 원샨
    2019. 9. 27. 11:14

     

    역향유괴는 작가의 프로필에 나와있는 금융권 종사자라는 말을 허투루 넘기면 안 되는 아주 심오하고 복잡한 내용의 책이었다. 읽기에 어려운 문체는 아니어서 술술 읽혔지만 줄지어 나오는 전문용어들에 어리둥절해졌었다. 차근차근 읽다보면 인터넷 검색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이긴 했지만 아무튼 혼란의 연속이었다.

     

    글로벌 투자은행 A&B의 별 볼 일 없는 컴퓨터 엔지니어 즈덩런은 어느 날 동료에게서 회사 인트라넷에 올린 파일이 사라졌다며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 파일은 최근 주목받는 기업인 퀸타스의 융자 계획에 대한 중요 자료였다. 그런데 얼마 뒤 누군가가 메일을 보내 자료를 납치했다며 몸값을 요구해온다. 자칫 잘못하면 퀸타스는 물론이고 A&B도 큰 타격을 받을 상황이었다. 퀸타스의 융자 계획에 대해 알고 있는 애널리스트 네 명과 메일이 발송된 휴대전화의 주인인 즈덩런이 용의자로 지목되자 A&B의 본부장인 존은 그들을 호화 아파트에 격리시킨다. 

     

    금융에 대한 지식과 첨단 기술에 대한 지식, 그리고 그들을 엮는 재주가 어우러진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제목의 뜻은 중후반부에 가서야 이해할 수 있었는데 제목 역시 잘 지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다소 아쉬운 점은 추리에 대한 부분이다. 주요 인물답게 즈덩런이 추리하는 부분이 많이 서술되어 있는데 1인칭 시점처럼 묘사가 되어 독자를 몰아가는 것 같아 불편했다. 그는 특정 인물을 범인으로 지목해두고 계속해서 그에 대한 의심을 쌓아가는데 그것 때문에 읽으면서 나 혼자서 다른 방향의 추리를 해볼 수 없이 끌려갔던 것 같다.

     

    역향유괴는 어떻게 보면 나에게는 새로운 책이었다. 매번 비슷하게 찍어낸 것 같은 추리소설들을 읽어왔기 때문에 새롭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전문적인 정보와 결합된 사건 속에서 용의자로 지목된 엘리트들의 추리와 조금은 어수룩한 경찰, 그리고 인질이 사람이 아닌 컴퓨터 파일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시대에 발 맞춰 가는 소설같다고 할 수 있으려나? 이제 세상은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고 그럴 수 없는 부분만이 아날로그로 남아있을 것이다.

     

    첫 장에서부터 미스터리함을 잘 살려 뒷부분에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것도 즐거움 중의 하나였다. 엔딩에서 반전도 맛 볼 수 있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해서 궁금했다. 영상으로 보는 것이 더 이해하기 쉬운 소설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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