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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4 / 조지 오웰
    2020. 4. 4. 21:08

     

    사놓고 책장에 꽂아놓은 지 꽤 되었는데 이제야 읽게 된 조지 오웰의 고전 명작! 1984는 정말이지 어렵고도 심오한 책이었다. 지금은 시간이 흐르고 흘러 2020년이 되었지만 책이 출판된 당시는 1949년이었고 1984년이라는 한참 먼 미래의 이야기였다. 어떤 면에서는 SF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삼십대 후반의 남성이다. 책은 초반부터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는데 사회주의 하면 으레 그렇듯이 통제와 감시 속에 살고 있는 모습이 나온다. 세계가 3국으로 나뉘어진 가상의 세계가 배경이며 윈스턴이 살고 있는 곳은 오세아니아의 런던이다. 그리고 당의 최고 지도자의 이름이 바로 빅 브라더다.

     

    방에 설치된 텔레스크린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감시하며 윈스턴은 그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법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텔레스크린의 사각지대에서 비밀 일기를 쓴다. 빅 브라더 타도, 빅 브라더 타도! 윈스턴은 자신이 속한 진리부에서 일하면서 조금씩 당의 수상한 점을 알게 된 이후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언젠가 눈이 마주친 내부당원 오브라이언이 자신과 같은 편이라는 생각마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2분 증오 시간(당의 정신과 반대되는 사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증오를 퍼붓는 시간을 말한다)에 매력적인 검은 머리의 여성 줄리아가 윈스턴의 눈에 띈다. 여차저차 해서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반역심을 가진 것까지 공유하게 된다. 윈스턴은 오브라이언에 대한 믿음을 떨치지 못한 채로 지내다 그에게서 호출을 받고 줄리아와 함께 그의 집에 찾아간다. 윈스턴과 줄리아의 은밀한 아지트에서 반역자 골드스타인의 책을 읽던 두 사람은 반역죄로 체포되고 감옥에 갇혀 온갖 고초를 겪게 된다. 그가 믿어 의심치 않던 오브라이언은 빅 브라더의 신봉자였으며 윈스턴에게 미끼를 던졌을 뿐인 것이다.

     

    윈스턴은 감옥에서 고문을 당하면서도 자신이 줄리아에 대한 사랑만큼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으며 견딘다. 하지만 '쥐' 때문에(윈스턴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이다) 줄리아를 배신하게 되고 오브라이언에 의해 세뇌를 당한다. 이가 다 빠지고 머리마저 대머리가 된 윈스턴은 당에게서 '증발'될 가치조차 없다고 판단되어 풀려난다. 그리고 당에서 발표하는 일들을 곧대로 믿게 돼버린다.

     

    사실 1984는 읽기에 쉬운 책은 아니었다. 워낙에 현대 소설의 짧은 호흡의 읽기 쉬운 문장들만 접해온 터라 상당히 애를 먹었다. 내가 고전 명작을 안 읽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거다. 편협하고 재미있는 것만 골라 읽는 취향 탓이다. 그래서 끝까지 읽은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주인공이 존재하지만 그 인물보다는 전체적인 배경과 상황이 더 중요한 책 같았다. 일단 세계가 3국: 오세아니아, 동아시아, 유라시아로 구분되어 있고 항상 전쟁 중이라는 것이 기묘했다. 윈스턴이 살고 있는 오세아니아는 언제는 동아시아와 싸우고 있다가도 어느새 유라시아와 3년째 전쟁 중이곤 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수상한 점을 발견하고도 남을 상황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이 그러하다라고 말하면 그러하다고 믿는다. 그러면서 예전의 신문 기사를 조작하고 소설을 날조하며 당과 반대되는 사상을 가진 사람들을 잡아다가 고문하고 세뇌시키고 죽인다. 너무나 무서운 세상인 것이다.

     

    내가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을 밀고하고 하지 않은 죄를 자백해야 하는 세계에서 산다면 나는 윈스턴처럼 위험을 무릅쓰고 오브라이언을 찾아갈 수 있었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머리로는 어떤 일이 옳은 일인지 알더라도 두려움이 몸을 잠식할 것 같다. 어쩌면 너무 평화로운 세계(소설의 배경과 비교해서)에 태어나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과거 불의에 맞서 싸운 수많은 사람들 덕분에 이렇게 살 수 있게 되었지만 말이다... 갑자기 많은 생각이 밀려온다.

     

    나중에 다시 한 번 읽고 싶다는 생각과 읽는 게 힘들어서 다시 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공존한다. 정말 오묘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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