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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이 회사를 그만둔다고 합니다 / 글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남편을 둔 아내 모임, 그림 이치다
    2020. 5. 12. 21:18

     

    한동안 독서를 못해서 굳은 머리를 풀어주는 겸 만화 형식으로 된 책을 읽었다. 남편이 회사를 그만둔다고 합니다라는 독특한 제목의 이 책은 아홉 쌍의 실제 부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실제 사연이니만큼 유튜브 주소나 창업한 가게의 주소 등등이 실려있기도 하다. 짧은 분량으로 소개가 되어 있어 읽기가 아주 쉽고 편했다.

     

    저자는 시작하는 말에서 "나, 회사 그만두고 싶어!" 당신이라면 남편의 폭탄선언을 어떻게 받아들일 건가요?라고 묻는다. 전업주부를 비롯해 시간제로 일하는 사람, 계약직, 정규직 등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남편을 둔 아내 모임의 사람들은 같은 상황에 놓인 부부에 관한 조사와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활동 중이라고 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꺼내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겠지만 단순히 자신만을 위한 선택이라면 이기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미혼이거나 부양할 가족이 없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자신의 의지대로 퇴사를 하거나 직종을 옮기거나 새로운 도전을 하는 데에 무리가 없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부부이고 대부분은 자식도 있다. 그러니 더욱 신중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아 보인다.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하겠다는 남편, 대기업을 그만두고 인터넷 고서점을 열겠다는 남편, 유튜브 동영상 제작으로 먹고 살겠다는 남편, 라멘집을 차리고 싶다는 남편, 육아에 전념하겠다며 퇴사하겠다는 남편, 전업주부가 되겠다는 남편... 이렇게 나열하기만 해도 답답해진다. 물론 책에 나온 내용만으로 전부를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아내의 만류에도 무작정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남편을 보면서 속이 끓었다. 유치원생인 딸이 초등학생이 되기를 기다려달라고 하는 것마저도 거절하는 모습이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없어 보였다. 팍팍한 세상살이가 어디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겠느냐고.

     

    나는 현실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버린지 오래되었다. 이 책에 나오는 부부들은 남편의 퇴사 이후 성공적으로 다른 밥벌이 수단을 갖게 된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 텔레비전이나 미디어에서는 그런 사람들의 삶을 비춰주면서 누구나 새로운 시도를 해서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실패하거나 망한 사람들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내가 이 책을 이전에 퇴사한 회사에서 선물 받았다는 점이다. 퇴사를 얼마 앞둔 시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막막한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고 읽어보면 도움이 되지 않으려나 했는데.... 아무튼 그때는 읽다가 지쳐서 중간에 책을 덮었었다. 지금의 감상이라고 그때와 많이 다르지는 않은데 아무래도 외국 책이다 보니 각각의 사연마다 뒤에 적힌 취재 메모와 깨알 칼럼이 그다지 실용적이지 않다는 점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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